S&P 500 사상 최고(7,022) + TSMC 역대 최대 분기 매출 + 이란 종전 기대 3연타 — 코스피는 전쟁 이전 수준을 넘어 새로운 레벨로 진입했다
장세 개요 — 6,226pt, 전쟁 이전 수준을 돌파하다
4월 1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6,091.39) 대비 134.66포인트(2.21%) 오른 6,226.05로 마감했다. 이는 미·이란 전쟁 발발(2월 28일) 직전 코스피 고점권(6,347)과의 거리를 120포인트 내외로 좁힌 수준이다. 3월 저점(5,052) 대비 불과 4주 만에 23% 이상 반등한 코스피는, 수치의 속도만큼이나 그 구조가 주목받고 있다. 단순한 지정학 리스크 완화 랠리를 넘어, 반도체 실적 사이클이 '실질적 이익 근거'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날 상승의 세 엔진은 명확했다. 첫째, 전날 미국 S&P 500이 사상 처음 7,000선을 종가 기준으로 돌파하며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강화했다. 둘째, TSMC가 1분기 확정 실적 발표에서 매출 356억 달러(+35% YoY)라는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공개하며 AI 파운드리 수요의 견조함을 재확인했다. 셋째,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이 거의 끝났다"고 언급하며 2차 협상 기대를 다시 끌어올렸다. 세 가지 재료가 동시에 작동한 날이었다.
TSMC 실적 — AI가 반도체의 비수기를 지웠다
TSMC는 4월 16일 공개한 1분기 확정 실적에서 매출 1조 1,340억 대만달러(약 356억 달러)를 기록하며 단일 분기 기준 사상 최초로 1조 대만달러 임계치를 돌파했다. 전년 동기 대비 35.1% 증가로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했다. 통상 1분기는 스마트폰 출하 둔화로 파운드리 가동률이 떨어지는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엔비디아·구글 등 AI 가속기용 웨이퍼 수요가 전통적 계절 패턴 자체를 무력화한 것이다.
이번 실적이 국내 시장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고리는 명확하다. TSMC의 AI 파운드리 수요 호조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공급사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수주 가시성 강화를 의미한다. SK하이닉스는 오는 4월 23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며, 증권가는 영업이익 40조원 내외로 영업이익률 70% 전후를 전망하고 있다. 이는 TSMC의 영업이익률 가이던스(54~56%)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또한 D램 평균판매가격(ASP)이 1분기 기준 전 분기 대비 93~98% 상승했다는 트렌드포스 데이터는, 이미 잠정실적으로 확인된 삼성전자의 57.2조원 영업이익이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구조적 이익 레벨임을 뒷받침한다.
특히 TSMC의 2나노(N2) 공정 수주 구조가 주목된다. 애플·엔비디아·AMD·퀄컴 등 주요 고객사가 2028년까지 장기 물량을 선점했다는 업계 관측이 나오고 있어, AI 투자 사이클이 적어도 2~3년의 가시성을 가지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세계 반도체 시장은 올해 사상 처음 연간 매출 1조 달러 돌파가 예상되고 있으며, 그 수혜의 중심에 한국 메모리 기업들이 위치해 있다.
지정학·수급 — 이란 협상 기대, 환율 1,455원의 의미
원/달러 환율이 1,455원대로 내려앉으면서 3월 고점(1,535원) 대비 80원 이상 하락했다.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가 "중동 사태 안정 시 환율이 빠르게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속도가 빠르다. 환율 하락은 외국인 입장에서 달러 기준 한국 주식 수익률을 높이는 효과를 낳는다. KB증권은 평택·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에서 발생하는 달러 유입이 원화 안정화를 구조적으로 뒷받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전쟁 거의 끝났다" 발언과 파키스탄의 2차 협상 중재 시도가 이날도 지정학 리스크 프리미엄 완화를 이끌었다. 호르무즈 해협의 실질적 개방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유가(WTI)는 90달러선 안팎에서 안정되는 흐름이다. 중동 인프라 복구 비용이 580억 달러로 추산되는 만큼, 종전 후 재건 수혜 섹터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조용히 높아지고 있다. 국내 건설·중공업주(DL이앤씨, 삼성E&A, HD현대중공업)가 꾸준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는 배경이다.
밸류에이션 — 코스피 PBR 1.4배, 재평가의 조건이 갖춰지고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현재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PBR(주가순자산비율)은 1.4배 수준이다. 이는 글로벌 평균(3.1배), 아시아 신흥시장 평균(2.0배)은 물론, 대만 증시(3.9배)와 미국(4.5배)에 비해 현저히 낮다. 선행 PER은 6.6배로 신흥국 평균(11.2배)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수치만 놓고 보면 코스피는 여전히 '딥밸류' 구간에 있다.
이 저평가가 해소되지 않았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이익의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과, 높은 주가 변동성이 만들어내는 위험 프리미엄이었다. 그런데 두 조건이 모두 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57조원 영업이익이 1회성이 아닌 '뉴노멀'로 자리잡고, SK하이닉스의 40조원 영업이익이 HBM 구조적 수요에 기반하고 있다면, 이익의 방향에 대한 확신이 높아진다. 동시에 이란 전쟁 종식 기대로 변동성(VIX형 지수)이 낮아진다면, 위험 프리미엄도 하락한다. 코스피 목표 7,500선을 제시한 KB증권의 논리가 그것이다.
다만 삼성전자의 시총이 TSMC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사실은 여전히 시장에 던지는 질문이다. 삼성전자의 1년 주가 변동률(279.8%)은 TSMC(138.2%)의 두 배다. 장기 투자자의 기준에서 변동성이 높은 자산은 동일한 기대 수익에서도 더 낮은 가격이 정당화된다. 코스피의 구조적 재평가가 완성되려면, 실적 성장과 함께 변동성의 '구조적 감소'가 수반되어야 한다는 점이 남은 과제다.
전망과 시나리오 — 6,347 전고점, 그 다음은?
코스피 6,226은 이제 이란 전쟁 이전 고점(6,347)까지 121포인트 거리에 있다. 기술적으로 이 구간은 의미 있는 저항선이다. 동시에 실적 시즌이 본격화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SK하이닉스(4/23)에 이어 현대차·기아 등 자동차 대형주 실적이 줄줄이 예정되어 있다. 실적이 기대를 충족하거나 상회할 경우, 전고점 돌파와 6,400~6,500선 시도가 현실적 시야 안에 들어온다.
낙관 시나리오는 이렇다. SK하이닉스 1분기 영업이익이 40조원 이상을 기록하며 증권가 컨센서스를 상회하고, 미·이란 2차 협상이 공식 일정으로 발표되고, 원/달러 환율이 1,430원대로 추가 하락할 경우 — 코스피는 전고점을 돌파하고 6,500선을 향한 추세가 형성될 수 있다. KB증권이 제시한 연말 목표 7,500선은 이 모든 시나리오가 순조롭게 진행됐을 때의 이정표다.
비관 시나리오의 핵심 리스크는 단 하나다. 이란과의 협상이 재차 결렬되는 경우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되면 유가는 다시 100달러를 넘어서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재점화되며 외국인은 다시 이탈할 수 있다. 시타델의 Ken Griffin이 "호르무즈 폐쇄가 장기화되면 글로벌 경기침체"라고 경고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의 강세는 실적이라는 실물 근거와 지정학이라는 기대가 함께 만들어낸 구조다. 두 가지 중 하나가 흔들리면, 시장은 빠르게 반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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