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7일 이후 처음으로 6,000선을 밟았다 — 봉쇄와 협상 결렬 속에서도 시장이 올라선 이유
45일 만의 6,000
오늘 코스피가 장중 6,000선을 터치했다. 마지막으로 6,000 위에서 마감한 것은 2월 27일, 전쟁 발발 전날이었다. 45일 만이다. 그 사이 시장은 5,052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왔다. 시가 5,960(+2.61%)으로 갭업 출발하여 한때 6,000을 넘겼으나, 차익 매물에 소폭 밀리며 5,967.75에 마감했다. 전일 대비 +2.73%.
6,000이라는 숫자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이 이 수준에 도달한 경로다. 간밤 S&P500이 전쟁 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하며 6,886에 마감한 것이 직접적 촉매였다. 트럼프가 "상대측이 전화해왔다"는 발언으로 장중 V자 반전을 만들어낸 월가의 에너지가, 오늘 아시아장에 고스란히 전달된 것이다.
삼성전자 HBM4: '불량 제로'가 만든 기술 주도권
오늘 시장을 끌어올린 또 하나의 엔진은 삼성전자의 차세대 메모리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HBM4(6세대 고대역폭메모리)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며,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에 탑재될 것으로 확인되었다. 핵심은 '불량 제로' 수준의 품질이다. 1c 공정 DRAM과 4나노 파운드리 로직 다이를 결합한 이 제품은, 삼성전자가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을 수직 계열화하여 경쟁 우위를 확보한 결과물이다.
일주일 전 발표한 57.2조 원 잠정실적에 이어, HBM4 양산이라는 기술적 성과가 더해지면서 삼성전자에 대한 시장의 확신이 한 단계 올라갔다. 증권가는 삼성전자 2026년 영업이익을 200~250조 원 범위로 전망하고 있으며, 목표주가는 최대 37만 원까지 상향된 상태다.
미국은 회복했는데, 한국은 아직인 이유
S&P500은 어제 전쟁 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다. 그러나 코스피는 장중 6,000을 터치했을 뿐, 종가 기준 2월 27일 마감가 6,244에는 아직 4.4% 부족하다. 같은 전쟁을 겪었는데 왜 미국은 먼저 회복하고 한국은 뒤처지는가.
구조적 이유가 있다. 한국은 에너지를 전량 수입하는 반면, 미국은 순수출국이다. 유가 $100 시대가 미국에게는 중립적이지만, 한국에게는 직접적 비용 증가다. 호르무즈 봉쇄의 직접적 피해가 아시아 수입국에 집중되고, 원화 약세가 외국인 달러 환산 수익률을 깎아먹으며 자금 복귀를 지연시킨다. 경제학자들은 한국의 2026년 성장률을 1%대 후반으로 하향하며, 정부의 2% 목표 달성이 불투명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봉쇄는 진행 중이지만, 시장은 앞을 보고 있다
어제 CENTCOM이 선포한 이란 항구 해상 봉쇄는 오늘도 유효하다. WTI는 여전히 $100 이상이고, 이란은 페르시아만 안보를 위협하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시장은 어제의 충격을 하루 만에 소화했다. 코스피가 -2% 급락으로 시작한 어제와 달리, 오늘은 +2.6% 갭업으로 장을 열었다.
시장이 봉쇄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선별 봉쇄'(이란 항구만 차단, 호르무즈 자유통항 보장)의 실질적 영향이 3월의 전면 봉쇄와 질적으로 다르다는 판단이, 하루의 소화 시간을 거쳐 시장에 정착한 것이다. 동시에 트럼프의 "상대측이 전화해왔다"는 발언이, 봉쇄 속에서도 외교 채널은 열려 있음을 시사하며 바닥 심리를 지탱하고 있다.
결론: 6,000의 의미와 남은 과제
오늘 코스피가 6,000을 밟은 것은 상징적이다. 전쟁이 시작된 이후 시장이 처음으로 '전쟁 이전'의 영역에 발을 디딘 것이다. 그러나 밟았다는 것과 딛고 서 있다는 것은 다르다. 종가는 5,968이었고, 6,000 위에서의 안착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3월 31일 저점 5,052에서 오늘 장중 6,000까지, 불과 10거래일 만에 약 19% 올랐다. 이 반등의 연료는 두 가지였다 — 삼성전자 57.2조 원이라는 실적의 화약과, 미-이란 휴전이라는 지정학의 바람. 그러나 휴전의 바람은 이미 한 번 꺾였고(이슬라마바드 협상 결렬), 실적의 화약만으로 6,000 위를 지키기에는 에너지가 부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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