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라마바드 회담 붕괴 → CENTCOM, 이란 전 항구 봉쇄 발효 — 유가 다시 $100 위로, 2주 휴전의 환희는 신기루였나
5일짜리 평화
지난 수요일(4/8) 미-이란 2주 휴전이 합의되었을 때, 시장은 환호했다. 코스피는 하루 만에 6.87% 폭등했고, 유가는 $100 아래로 내려왔으며, 원-달러 환율은 1,477원까지 급락했다. 그러나 그 환희는 정확히 5일 만에 산산조각이 났다.
주말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미-이란 직접 회담이 합의 없이 종결되었다. 양측의 입장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다. 그리고 협상 결렬 직후,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대통령 포고에 따라 이란 모든 항구에 대한 해상 봉쇄를 선포했다. 아라비아만과 오만만의 이란 항구를 출입하는 모든 선박이 국적 불문 차단된다. 다만 비이란 항구를 오가는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는 방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코스피는 장 초반 2.08% 급락하며 5,737까지 밀렸으나, 오후 들어 낙폭을 상당 부분 만회하며 5,809에 마감했다. 전일 대비 -0.86%. 장 초반의 급락 대비 마감 가격이 양호한 것은, 시장이 '봉쇄'의 내용을 세밀하게 읽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봉쇄의 디테일: 악마는 세부에 있다
CENTCOM의 봉쇄 선포문에는 중요한 단서가 있었다. "비이란 항구를 오가는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자유 통항은 방해받지 않는다." 이것은 3월의 상황과 질적으로 다르다. 3월에는 호르무즈 해협 자체가 사실상 봉쇄되어, 사우디·UAE·쿠웨이트·카타르 등 모든 걸프 산유국의 수출이 차단되었다. 그러나 이번 봉쇄는 '이란 항구'만을 대상으로 하며, 해협 통과 자체는 보장한다.
시장이 오후 들어 낙폭을 만회한 것은 이 구분 때문이다. 이란산 원유 수출은 완전히 차단되지만, 사우디·UAE 등 타 산유국의 수출은 유지된다. 이것은 '전면 봉쇄'가 아닌 '선별 봉쇄'에 가깝다. 물론 이란이 보복으로 해협 통항을 다시 방해할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미국이 '자유 통항 보장'을 명시한 것은 걸프 동맹국들의 에너지 수출을 보호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유가 $105: 3월의 악몽이 돌아오는가
WTI가 8.54% 급등하며 다시 $105로 올라섰다. 지난주 휴전 합의 직후 $97까지 내려왔던 것이 불과 며칠 만에 원점으로 돌아온 것이다. 브렌트유도 7.27% 올라 $103를 기록했다. 미국 가솔린 가격이 다시 상승 압력을 받게 되며, 3월 소비자물가 3.3%(에너지 포함)라는 데이터가 새삼 무겁게 다가온다.
다만, 3월과의 차이점도 있다. 당시에는 호르무즈 해협 전체가 막혀 하루 2,000만 배럴의 물동량이 중단되었다. 지금은 이란 항구만 봉쇄되고 해협 통과는 유지된다. 이란의 석유 수출은 전쟁 전 기준 하루 약 150만 배럴로, 전체 호르무즈 물동량의 7.5%에 불과하다. 충격의 규모가 3월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코스피의 회복력: -2%에서 -0.86%로의 오후 반전
오늘의 가장 주목할 점은 하락폭 자체가 아니라, 오후의 회복이다. 장 초반 5,737(-2.08%)까지 밀렸던 코스피가 5,809(-0.86%)로 마감했다. 장중 저점 대비 72포인트를 되찾은 것이다. 3월이었다면 이런 반등은 불가능했다. 당시에는 악재가 나오면 장 마감까지 일방적으로 밀리는 구조였다.
이 변화의 배경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지난주 삼성전자 57.2조 원 실적이라는 '펀더멘털의 닻'이 시장을 잡아주고 있다. 둘째, 봉쇄의 세부 내용이 '호르무즈 자유통항 보장'을 포함하고 있어, 3월과 같은 전면적 에너지 위기가 재현될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이 오후 들어 시장에 퍼진 것이다.
결론: 전쟁의 새로운 국면, 시장의 새로운 균형
오늘로 분쟁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군사적 공격(2/28~4/8) → 휴전 합의(4/8) → 협상 시도(4/8~4/12) → 협상 결렬 + 선별 봉쇄(4/13). 전쟁이 '뜨거운 전쟁'에서 '경제적 압박'으로 형태를 바꾸고 있다. 폭격 대신 봉쇄, 미사일 대신 무역 차단. 이것은 분쟁의 장기화를 시사하지만, 동시에 즉각적 확전의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장도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 코스피 5,800선은 3월 저점(5,052)과 1월 고점(6,347)의 중간 지점에 해당한다. 전쟁 프리미엄이 일부 해소되었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은, 불확실성과 펀더멘털이 공존하는 가격대다. 이번 주의 핵심 변수는 미 해군의 봉쇄 이행 과정에서 이란이 어떤 대응을 하느냐, 그리고 이달 말 SK하이닉스 실적이 삼성전자에 버금가는 서프라이즈를 보여주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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